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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237, Date : 2009-11-26 05: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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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삼성·한국은행 그만두고 대학원 갈래요"

"삼성, 한국은행 그만두고 대학원 갈래요."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신입사원 박민영(25·가명)씨는 퇴근하고 토익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 성적이 만료돼 다시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년 초 퇴사 후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직장생활 1년차에 후배도 생겼지만 업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힘들다"며 "요즘 같은 취업난에 사표를 낸다는 게 철없는 행동 같지만 주변에도 LG, CJ, 효성 등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그만두고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1~2년차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퇴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도 "늦기 전에 진로를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취업난 뚫고 입사했지만 방황 계속" ◇

저녁 7~9시경 서울 신촌, 종로, 강남 일대 토익·토플학원은 직장인들로 붐빈다. 어학원 문의게시판에 "대학원 진학을 고려중인데 2달 만에 시험응시가 가능하냐", "신입이라 공부시간이 부족한데 괜찮느냐" 등을 묻는 직장 새내기도 적지 않다.

기업 밀집지인 강남 해커스어학원에 다니는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토익저녁반 수강생 중에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1~2년차 직장인이 꽤 많다"며 "남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대학원에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대기업 신입사원 중 10% 정도는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한다. 이들은 "나름의 꿈과 목표를 찾지 못해 결국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퇴사를 결심한 박씨는 "취업이 어려워 30~40군데씩 지원해 합격되는 곳에 입사하다 보니 뒤늦게 적성에 안 맞아 고민하게 됐다"며 "업무에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매일 소모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삼성증권 퇴사 후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문지원(26·가명)씨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 힘들게 입사했지만 맡은 업무가 대학 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며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탓도 있지만 하루라도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취업난으로 인한 '무작위 공채지원'과 세분화된 직종·업무에 대한 '사전정보 부족'이 사회초년생의 발길을 대학원으로 돌리는 요인이 된 셈이다.

◇ "대학원 2년 간 적성도 찾고 능력도 길러" ◇

사회초년생의 조기 퇴사 탓에 대학원에는 이른 오후 수업에 참석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대, KAIST 대학원 등에서는 삼성증권 1년차, 한국은행 1년차, 푸르덴셜자산운용 2년차 등 국내 유수 기업·기관에서 일하다 퇴사한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상아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춘기 젊은이"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자아의식이 강한 20대가 취업난에 숨죽이다 뒤늦게 자기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CJ를 퇴사하고 대학원 진학을 앞둔 이승철(가명)씨는 "1년간 모든 돈으로 혼자 힘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 부모님께도, 스스로에게도 떳떳하다"며 "현실 도피가 아니라 대학원을 다니며 어학능력을 쌓아 해외 무역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을 퇴사하고 경제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한승준(가명)씨도 입사 후 뒤늦게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직장을 그만 둔 경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은 "종전에는 소위 '스펙'이 뛰어난 국내 유수기업 직장인이 경력관리의 하나로 해외 MBA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기업 신입이 퇴사 후 대학원에 진학하는 현상은 다른 길을 찾기 위한 유예기간을 확보하거나 직종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라고 진단했다.

황 본부장은 "대기업은 업무량이 많은 데다 업무분야가 세분화돼 있고 매뉴얼이 세심하게 짜져 있어 신입사원이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구체적인 사전정보와 적성을 판단한 후 입사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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